지오영의 군장병 강제 동원, 정당한 대민지원이라고?
분노가 치민다.
사상 초유의 마스크 5부제가 실시되고 나서, 마스크 유통의 중심에 지오영이 떠올랐다.
지오영은 본래 약국 유통업체로, 정부가 이 업체와 다른 업체(백제약품)를 전국 약국으로 공적마스크를 유통하는 채널로 선택한 것이다. 이 선정과 관련하여 특혜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정부에서는 이 업체들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유통망이 넓었기 때문에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기존 약국 유통망을 놓고 볼 때, 지오영과 백제약품이 각각 1위와 2위였다고 한다)
동시에 지오영이 특혜를 받았다는 게시글을 방통위에서는 차단하는(접속차단) 결정을 내리는 등, 지오영의 특혜 의혹에 대해서 정부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의혹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오영이 공적마스크의 유통업체로 선정되기 전, 신고하지 않은 60만장의 마스크를 판매해온 것이 발견되었던 건이다.
지금 사상초유의 코로나19 사태로 마스크 5부제가 실시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의경 식약처장이 "판매업자는 판매처에 하루 동안 마스크 1만개 이상 판매한 경우 판매가격과 판매수량을 식약처에 신고해야 한다"고 말한 조치를 정면으로 위반하고, 공적마스크의 유통업체로 지정된 업체에서 마스크 60만장을 신고없이 판매하던 것이 경찰 조사에 의해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수사에 들어갔다)
마스크에 대한 마진 문제도 있다.
지금 사상초유의 공적마스크 5부제가 실시되고 있는 것은, 마스크가 부족해지면서 마스크를 매점매석하고, 가격을 담합해 폭리를 취하는 업체가 생겨나고, 국민들은 마스크를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적 성격이 강한 공적마스크 유통에서는 마진을 줄이되, 국민들에게 마스크가 고루 돌아가게끔 하려는 취지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지오영이 유통하는 공적마스크의 장 당 마진은 얼마나 될까?
‘공적마스크’이고, 마스크를 생산하는 업체도 아닌 유통하는 업체가 마스크에서 마진을 많이 남긴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기에, 나는 이 기사를 보기 전까지는 거의 유통마진이 남지 않는 것을 봉사차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국민이 코로나19 대란으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에서 선정한 유통업체가 ‘공적마스크’라는 이름으로 많은 마진을 남긴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그런데 그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사실일지도 모르겠다. 최근 미래통합당 곽상도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지오영이 마스크를 장 당 100-200원의 마진을 남긴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아마 가장 정확한 것은 지오영의 반박일 것이다. 지오영 대표인 조선혜씨는 이러한 주장에 대하여 "마스크 한 장 평균 마진은 130원이며, 국가 재난 상황이어서 손해를 봐가며 참여하는 것"이라고 조선일보에 해명했다. 대표의 발언이니, 이제 정확하게 알 수 있게 되었다. 지오영의 마스크 마진은 장당 130원. 그리고 여기에는 물류비, 인건비(초과근무 관련)도 포함되지 않은 것이라니, 그들은 폭리는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계산해봤다.
하루 공적마스크 560만장을 지오영이 400만장, 백제약품이 160만장 유통한다고 하니, 130원*560만장으로, 하루 5억 2천만원의 마진이 남는다는 것이고, 한 달을 30일로 계산했을 때, 한 달 156억의 마진이 남는다는 것인데...
좋다. 여기서 물류비와 인건비를 빼면 별로 남는 것도 없다는 지오영의 해명도 한번 믿어보자.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문제가 자꾸만 터진다.
이번에는 군인 동원 문제다. 얼마 전 조선일보에서는 ‘수당 한푼 못받고… 지오영에 차출된 장병들’이라는 고발성격의 기사를 게재하며 지난 3월 9일부터 군 장병들을 마스크 도매업체들의 물류센터에서 ‘근무 시간 외 근무(야간, 주말)’을 시키고도, 관련 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기사 내용을 보아하니, 지오영과 백제약품의 물류센터에서 군장병들이 오후 3시부터 밤 10시까지 마스크를 재포장하는 일을 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식사비용(8000원)을 제외하고는 추가적인 보상도 없었다. 심지어 이 기사에 따르면 지오영이 이송해야 할 마스크를 군이 대신 운반한 일도 있었다. 물론 정당한 보상도 없었다.
해도해도 너무한거 아냐?
이쯤 돌아가니 정말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게 아니었었는지, 지오영을 비롯해서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 법무법인에서 고발장을 받았다. 직권을 남용해 군인들을 강제 동원하고, 국력을 소모하게 헀으며, 지오영에 부당이득을 주었다는 것이다.
사실 여기까지만 사건이 진행되었어도, 포스팅을 따로 해가면서 비판은 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데 오늘 나온 국방부의 입장은 정말 최악이었기에 포스팅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국방부의 입장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것은 강제사역이 아니고 정당한 대민지원”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지오영이 이번 공적마스크 유통업체로 선정된 것은 전국 약국에 많은 유통망을 가지고 있는 거대 유통업체였기 때문인데, 이 업체에 ‘무상’으로 대민지원을 나가는 것은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대민지원이라 함은 군 부대가 있는 지역의 농민들을 돕는 것을 떠올리는데, 현재 경기가 침체되고 중소기업, 자영업자들이 죽어나가는 상황에서, 유일하게 일거리가 많고, 마진도 챙기고 있는 거대 유통업체를 군인이 ‘대민지원’이라는 말로 도와준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 이야기인가?
현재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군인을 동원해 도움을 주는 것까지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정당한 보상을 주지 않는 것은 정말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가 일반 사병들을 어떻게 취급하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돈 줄 필요없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 노예’.
비난 여론이 있으니 기껏 한다는 말이 금전적 보상은 하지 않고, ‘명예로운 경력’을 인정해준다고 한다.
‘열정페이’. 이 말은 아마 우리나라 말고는 어디에도 없는 말일 것 같다. 젊은 청춘들의 노동력에 그만큼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문화는 우리나라가 그만큼 인권 후진국임을 보여준다. 한숨만 나오는 일들의 연속이다.
정리
-이번에 지오영은 마스크 장 당 130원씩 마진을 남기고 있으며, 공적 마스크의 70% 이상을 유통하고 있다. (하루 400만장)
-이 마스크의 포장과 유통에 군 장병들을 ‘대민지원’이라는 이름으로 동원하고 있으며, 초과근무에 대한 정당한 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논란이 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방부에서는 금전 보상은 없이, ‘명예로운 경력’을 인정해주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대한민국이 대한민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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